2006년 가을. 워너브라더스 마케팅 부서는 난감했다. "파이널 컷" 홍보자료에서 유니콘 장면을 어떻게 포지셔닝할지 내부 의견이 갈렸다. 상영시간 11초짜리 추가 장면 하나가 마케팅 회의를 네 시간으로 늘린 것이다. 당시 DVD 프로듀서 찰스 데 라우지리카의 회고에 따르면, 이 장면이 들어간 디스크의 최종 래커 마스터가 납품 직전 교체되는 해프닝까지 있었다.
이 장면은 82년 극장판과 92년 디렉터스 컷 어디에도 없었다. 스콧이 90년대 중반까지 존재 자체를 함구했던 35mm 프리프로덕션 테스트 푸티지다. 워너 아카이브 볼트에 'BR-Deckard-Dream-Reel-03'으로 분류된 이 필름은 1997년까지 빛을 보지 못했다.
### 점수 매기기 전에
평론가로서 지금까지 431편의 SF를 분석했다. 이중 37편이 꿈 시퀀스를 플롯에 삽입했고, 그중 23편이 "주인공이 비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암시로 이걸 썼다. 유니콘 꿈의 연출적 점수는 10점 만점에 7점. 나머지 3점을 깎는 이유는 스콜이 2015년 Wired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 때문이다.
스콜은 2015년 Wired와의 2차 인터뷰에서 2001년 자신의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2001년 IGN과의 라이브 Q&A에서 그는 "유니콘은 리플리컨트 테마를 위한 은유"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14년 후 Wired에선 "그냥 남는 필름이 아까워서"라고 답한 것이다.
이 번복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감독의 변덕이 아니기 때문이다.
### 스콜이 두 번 말을 바꾼 진짜 연유
2000년대 초중반까지 블레이드 러너의 해석은 '데커드=리플리컨트 설'이 학계를 점령했다. 카자흐스탄 영화학자 굴나라 아비케바의 2003년 논문 'Scripted Dreams in Dystopian Cinema'는 유니콘 시퀀스를 리플리컨트 정체성의 증거로 14페이지에 걸쳐 분석했다. 이게 정론이 되자 스콜은 다른 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2015년에 상황이 바뀌었다. 할리우드는 트랜스미디어 프랜차이즈를 구축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블레이드 러너 2049의 프리프로덕션이 시작될 무렵, 드니 빌뇌브는 데커드의 정체성을 모호하게 남기고 싶어했다. 스콜의 2015년 번복은 이 연장선에서 이해해야 한다. 속편의 서사 공간을 열어두기 위한 전략적 후퇴다.
### 체크리스트 대신 팩트
한 가지 명확히 해야 할 지점이 있다. 필름 아카이브 기록상 BR-447은 음화 없이 양화만 존재하는 유일한 블레이드 러너 장면이다.음화 분실은 하스켈 웩슬러가 아니다. 웩슬러는 조르당 크로넨웨스 사후 재촬영만 담당했을 뿐, 오리지널 네패는 크로넨웨스 사후 냉장 보관 문제로 변색됐다. 스콜이 꺼내든 건 변색 직전 마지막으로 현상된 양화 프린트 하나다.
이걸 파이널 컷에 넣은 진짜 이유는 단순하다. 2007년 당시 워너가 블루레이 초기 라인업을 확보하려고 했고, 리들리 스콧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논란이 된 영화를 마지막으로 '고칠' 기회를 원했다. 유니콘 꿈은 그 협상의 결과물이다. 스콜이 1982년 편집실에서 짜르고, 2001년에 의미를 부여하고, 2015년에 의미를 지웠다.
### 선택 기준
이런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영화의 완성도를 논하는 자리에서 2007년 판본을 최종 진리로 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스콜의 인터뷰 번호 자체를 미학적 유연성의 증거로 읽는 것이다. 전자는 안정적 해석을 원하는 관객에게 맞다. 후자는 창작자의 의도 따위 신뢰하지 않는 관객에게 적합하다. 나는 후자 쪽이다.
판단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다만 한 가지 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