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드 버전 0.89, 2011년 2월자 디버그 메뉴에서 확인된 미사용 맵 데이터는 총 9개 구역이다. 이걸 처음 접한 건 한 인디 팀이었는데, 스팀에서 자기들 게임 출시 3일 만에 판매 중단 크리를 맞은 직후였다. 이유? "영감"이라 주장한 요소가 프롬소프트웨어의 내부 데모 데이터를 그대로 리핑한 거였으니까. 자, 이제 그 삭제된 지역들의 진짜 차이점을 까보자.
## 잿빛 호수 이전의 '돌의 정원'
알려진 잿빛 호수 바로 앞, 데모 빌드에는 '돌의 정원'이라는 전이 구역이 있었다. 미야자키 히데타카가 GDC 2012에서 슬쩍 언급만 하고 넘어간 그 공간 말이다. 이걸 복원한 인디 팀이 있었는데, 바위 골렘 3체가 삼각형 대형으로 길을 막고, 뒤쪽엔 석화 바실리스크 2체가 숨어있다. 현재 리테일판에선 골렘 한 마리만 덩그러니 있지.
중요한 건 적 배치의 밀도 차이다. 데모는 평방미터당 적 개체수가 0.3이었는데, 출시판은 0.15로 반토막 났다. 단순히 난이도 하락이 아니라 CPU 부하 때문이라는 게 당시 QA 팀 내부 증언이다. 박스 콜리전 연산이 PS3 한계치를 넘겼다고.
## 삭제된 보스 '망령기사 벨리건'
소울류 히든 보스 마니아들이 8년째 찾아 헤매는 그 녀석. 벨리건은 소륜 교회 옥상에 배치될 예정이었는데, AI 패턴이 지나치게 복잡해 삭제됐다. 페이즈 2에선 분신 3체를 생성하고 각 분신이 다른 무기 모션을 썼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프롬이 이후 다크소울 3의 수도 쌍둥이 보스전에서 이 패턴을 재활용했기 때문이다. 삭제된 데이터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란 증거. 근데 그 인디 팀은 이걸 몰랐던 거지. 그냥 멋있다고 통째로 가져왔다가 3일 천하를 맞이한 셈이다.
## 데이터 리핑의 후폭풍
스팀 출시 3일 만에 판매 중단. 진짜 사유는 DMCA 테이크다운이 아니라 밸브의 자체 정책 위반이었다. 밝혀진 바로는 해당 인디 팀이 프롬의 디버그 빌드 에셋을 추출할 때 사용한 툴이 'SoulsUnpacker v0.7b'였는데.
이건 커뮤니티용 비공식 도구라 상업적 이용이 금지돼 있다. 더 웃긴 건, 그 툴 개발자가 직접 신고했다는 점. 리버스 엔지니어링 커뮤니티에서 배신자 낙인 찍히고, 팀은 해체 수순 밟았다.
## 초기 선택이 품은 장기적 독
단기적으론 그럴듯해 보였다. 언차티드 2의 컷신 연출을 그대로 가져온 게임이 스팀에서 20만 장 팔린 전례도 있으니까. 하지만 프롬소프트처럼 팬덤이 두꺼운 곳의 미공개 데이터를 건드리면, 5년이 지나도 스팀 큐레이션 시스템에서 페널티가 남는다.
실제로 그 팀의 두 번째 게임은 출시 전에 17개의 큐레이션 그룹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무슨 짓을 해도 스토어 피처링이 안 되는 거다. 장기적 관점에서 초기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셈. 한 번의 실수가 5년치 신용을 말아먹는다.
가격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샵이든, 2부제를 운용하는 마포/합정 비즈니스 셔츠룸 가이드든 자체 기준을 확실히 세우는 게 먼저다. 그 기준이라는 건 결국 마케팅의 기본 원리에서 비롯된다. 남의 데이터를 함부로 갖다 쓰는 순간, 단기 이득은 몰라도 장기적 브랜딩은 이미 끝난 셈이다.